베이컨의 우상론 다시 읽기

by dschoiword posted Feb 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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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의 우상론 다시 읽기


당신은 당신 자신의 우상에서 자유로운가?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과 무관한가? 당신은 편견, 지역감정, 언론조작, 학파, 탐욕, 질투, 시기, 군중심리, 파괴충동, 집단광기, 언론, 정치인, 힘을 가진 자들의 조작에 놀아나는 우상의 노예 또는 우상숭배자는 아닌가?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베이컨은『새 논리학(Nouvum organum)』에서 '4가지 우상'(Idola)을 소개한다. 인간 정신-마음이 섬기는 우상들이다. 인간의 참된 지식, 인식을 방해하는 4가지 핵심적 논리적 오판, 오류, 편견을 ‘우상’으로 표현하여 비판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어느 누구도 베이컨이 말하는  '우상'에서 자유롭지 않을 듯하다.


1. 종족의 우상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은 사물과 현상을 자신에 속한 집단, 종족, 단체 등 인간의 관점에서만 보는 데서 발행하는 오판이다. 관습, 나태, 타성 탓으로 생기는 그릇됨이다. 사물을 의인화하여 이해하는 일종의 편견일 때도 있다. 예컨대 “저 새는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구슬프게 운다”라고 하는 경우이다. 새가 내는 소리는 노래일 수도 있고, 새들 간의 의사소통의 표현일 수도 있고, 연인의 시선을 끌 목적의 애정의 호소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종족의 우상에 포로가 된 사람은 자신의 관점에서 새가 ‘운다’라고 판단한다. 자신이 속한 민족, 국가, 정당, 학파, 파당에 속한 사람의 주장이 옳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는 편견이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는가” 식의 발상이다. 

 

2. 동굴의 우상

 

동굴의 우상(Idola specus)은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이 자기의 눈에 들어오는 바깥 모습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오류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일부분을 기준으로 삼아 전체를 판단하는 오판이다. 정신감옥에 갇힌 자는 개인적 경험을 절대시한다. 하늘 가운데 떠 있는 해가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에 지한 해보다 더 멀리 있다는 식의 오판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3. 시장의 우상

 

시장의 우상(Idola fori)은 목소리 큰 사람의 주장을 옳다고 여기고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오류이다. 실증적 검증을 거치지 않고 진리라고 믿는 오류이다. 시장에서는 거짓말과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돈다. ‘네모난 동그라미’가 존재한다고 고함을 지르면 듣는 사람은 그러한 실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 용어나 말에 상응하는 실체가 있다고 착각한다. 언론사의 시각, 주장, 판단을 참이라고 받아들이는 오류이다.


4. 극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Idola theatri) 무대에서 연출되는 연기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오판이다. 조작된 무엇을 진실하다고 믿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오판이다. 습관, 전통, 헛된 권위에 의지하여 어떤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오류이다.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다” “신문에 났다”고 하면 무조건 믿고 수용한다. 극장의 우상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우상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언론의 음모이다. 영리한 자는 이를 이용한다. 조작된 정보와 음모로 인간을 의를 불의로, 불의를 의로 인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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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의 우상론은 지식인들로 하여금 그 시대를 지배하는 묵시적 협약에 의해서 이루어진 그릇된 것을 타파하도록 할 목적으로 쓴 것이었다. 지식인이 우상타파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자신이 우상숭배자가 된다. 최근 필자 주변에서 일어난 기상천외한 사건을 보면서, 그리고 이에 대한 기독교 언론들의 음모성 여론몰이의 글들을 접하면서, 노예처럼 생각 없이 따라가는 대중의 반응을 보면서,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