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안 장로의 연어이야기

by dschoiword posted May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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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안 장로


강영안 장로의 연어이야기



강영안 장로는 서강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가, 예장 고신 교회 장로로 봉사해 왔다. 2015년 5월 11일 고신대학교를 경영하는 학교법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고려학원 이사회 제26대 이사장직에 취임했다.


강영안은 하나님이 선지자 미가를 통해 강조하신 세 가지 명령, 곧 정의를 행하고, 긍휼을 사랑하고, 겸손히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려학원 이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법과 원칙을 공정하게 적용하고, 사랑이 넘치고, 한국교회에서 신뢰받는 이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강영안은 고신공동체의 정체성(identity) 문제와 고려학원 소속 기관들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문제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공약했다.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과연 강 이사장이 2년의 임기 동안 고려학원 산하 기관의 미래를 보장하는 구조조정과 개혁의 거보를 내딛을 것인지, 각 기관의 운영 방식을 바꾸어 실제 운영자들의 전문 지식을 경영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교단 안의 해묵은 계파 세력과 정실 관계에서 벗어난 경영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더욱이 그가 생각하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교회의 최우선 정체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복음전파이다. 영원한 생명(zoe)을 살리는 운동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복음 부재 또는 기독교 신앙의 주변적인 것들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식의 정체성 확립이 아니기를 바란다. 아무튼 고려학원이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을 지키며, 창공을 향해 비상하는 독수리이기를 바란다는 장로 강영안의 소원이 이루어지기 기대한다.


강영안은 고신대학교 신학과 2년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수학하고 벨기에 루뱅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네덜란드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5년 2월에 서강대 철학과 교수직에서 퇴임했다. 한국칸트학회·한국기독교철학회·한국철학회 회장,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강영안의 이사장 취임사는 예장 고신 공동체의 정체성과 학교법인 고려학원 경영 이해에 유익하다고 생각되어? <뉴스앤조이>(2015.5.13.)에서 옮겨 싣는다.


제 26대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장 취임식 취임사


존경하는 총회장님, 총회 임원 여러분, 친애하는 총장님과 교수님, 직원 여러분, 존경하는 이사님과 감사님, 그리고 내외 귀빈, 친지, 교우 여러분.


무엇보다 먼저 오늘 이 행사를 허락하시고 섭리하시며 주재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올려 드립니다. 지난 4년간 이사로, 이사장으로 수고하시고 이제 자리를 떠나시는 전임 이사장님과 이사님들께 그 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를 드립니다. 축하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위해 이 자리를 찾아오신 학교와 병원 관계자 여러분, 교계 어르신들과 친지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고신은 저에게는 저의 신앙과 학문의 터전입니다. 1970년 말 고신이 신학사 학위를 줄 수 있는 대학으로 승격되어 ‘고려신학대학’이란 이름으로 개교했을 때 송도 언덕 암남동 34번지를 찾은 사람 가운데 저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저는 다른 대학은 갈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시골교회 목사로 살고 싶은 희망을 가지고 곧장 고신을 찾아왔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학문에 필요한 독일어, 화란어, 희랍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 여러 언어들을 거의 독학으로 시작하였고 개혁주의 신학과 기독교 철학의 기초를 닦았고 한상동 목사님과 박윤선 목사님, 장기려 박사님으로 상징되는 신앙과 신학과 그리스도인의 봉사적 삶을 배웠습니다.


이 때, 지금 활동하고 계시는 대부분의 고신교회 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짧은 세월을 고신에서 학생으로 보냈지만 기초 공부로서는 저에게 충분했습니다. 그리고는 더 큰 배움터를 찾아 저는 서울로 갔습니다. 1425년 북유럽 최초의 대학으로 시작한 벨기에 루뱅대학에서 저는 다시 학부 과정과 석사 과정을 공부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브라함 카이퍼가 세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최종 학위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시작하여 유럽과 미국과 국내에서 만 30년간 맡아 했던 교수 생활을 지난 2월말로 끝내고 3월 1일부터는 서강대학교 명예교수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앞으로 2년 동안 저의 열과 성을 다해 이사회를 이끌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들은 연어의 여행 이야기를 들어 아실 것입니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4년이 되면 다시 알을 낳기 위해 수만리 여행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온갖 난관을 헤치고 살아남아 고향에 돌아온 연어는 알을 낳고는 결국 죽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을 떠난 뒤, 4년이 아니라 40년이 지난 다음,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학생이나 교수가 아니라 이사회의 일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무슨 알을 어떻게 낳고 죽어갈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뜻이 있어서 저를 이 자리에 세우신 줄 알고 지극히 낮은 마음으로 이 직무를 받아들입니다.


하나님은 일제 치하의 신사참배 강요에 굴복하지 않고 기꺼이 감옥에 갔다가 해방과 함께 출옥한 성도들을 통하여 고신 교회 운동을 펼치게 하시고 (처음 장소는 달랐지만) 우리가 모여 있는 이 대학과 송도의 병원과 천안의 신대원을 세우도록 하셨습니다. 고신 교회는 이 점에서 이 땅에 복음을 들고 들어온 선교사들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 받았습니다. 선교사들은 가는 곳마다 형편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했으나 교회를 세우고,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세웠습니다. 교회 2000년 역사 가운데 복음이 들어가는 곳이면 시기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어디에서나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고신 교회와 학교 법인 고려학원은 매우 오래된 이 교회 전통을 이어 받아 오늘까지 이 일을 해 왔습니다.


교회 전통이 이 일을 행한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 고난을 받고 부활, 승천하기 전, 이 땅에서 행한 일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마태복음 4장 23절과 9장 38절은 예수님이 하신 사역을 네 가지로 요약해 두었습니다. 예수님은 두루 다니시고, 하나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시고,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뭇 병자들을 고쳐주셨습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선포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가 형성되고, 하나님 말씀을 가르치는 일이 실행되고, 고아와 과부를 도우며 병자들을 치료하고 죽은 사람들을 장사지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고신 교회가 하는 일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이 땅에서, 이 역사의 한 가운데, 이 현실 속에서, 본받아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고신 교회가 맡아 하는 일이 예수님의 지상 사역을 본받아 하는 일임을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은 우리에게 심대한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두루 다니시며, 천국 복음을 선포하시고, 가르치시고, 뭇 병자를 고치신 일은 한 마디로 곧 ‘하나님 나라’의 오심을 보여주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의 다스림은 아담의 죄로 인해 훼손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완전히 새롭게 하는 일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빈들에서 세 가지 시험을 받으시고 그것을 이기신 것은 첫 사람들의 실패와 이스라엘의 실패, 그리고 인류가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실패로부터 인류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과 깊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세 가지 유혹을 물리쳤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마귀가 제안한 이 세 가지 삶의 내용과 삶의 방식이 예수님을 통해서 선포된 하나님 나라의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면, 예수님을 우리의 구주로, 우리의 주로, 우리의 삶의 모범으로 고백한다면, 우리가 사는 방식, 우리의 삶이 지향하는 목적은 단순히 먹고 살고, 안전을 확보하고 권력을 얻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 그와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을 분명히 고백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는 먹고 마시는 데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와 자기 무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는 것도 아니고, 권력을 얻어 그것을 누리는 데 있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나 명료한데 우리 모두가 쉽게 이 유혹에 빠집니다.


그러면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무엇입니까? 저는 그것을 마태복음 23장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 있을 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마태 23: 23).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들은 율법 가운데 제의적인 것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지키는 데는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자기들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정의’(krisis)와 ‘긍휼’(eleos)과 ‘믿음’(pistis)입니다. '공의'와 '자비'와 '신뢰'란 말로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 특별히 종교적인 용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과 관련된 일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예수님은 율법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예수님의 말씀에서 우리는 선지자 미가의 말이 울리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여호와께서 천천의 숫양이나 만만의 강물 같은 기름을 기뻐하실까 내 허물을 위하여 내 맏아들을, 내 영혼의 죄로 말미암아 내 몸의 열매를 드릴까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 6:7-8) 사람에게 선한 것, 사람에게 좋은 것(tob)과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요구하시는 것을 세 가지로 선지자 미가는 말씀하고 있습니다. (1) 정의를 행하라. (2) 인자를 사랑하라. (3)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라.


만일 우리 고신 교회가, 우리 고려학원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가지고, 하나님 나라의 방법으로 교회와 학교와 병원과 신대원을 세워가기를 원한다면 예수님이 율법 가운데서 중요하게 생각하신 정의(공의)와 인자(긍휼, 인애, 자비)와 믿음(신뢰)의 가치와 방향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선지자 미가를 통해서 하나님이 주신 명령인 공의(미쉬파트)를 행하고 긍휼(헤세드)을 사랑하고 하나님과 함께 겸손하게 걸어가는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세 가지 명령이 우리 이사회가 이사회로서 기능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와 삶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 번째가 정의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정의'를 제일 먼저 들고 있습니다. 이 때 정의는 우리에게 익숙한 디카이오수네가 아니라 크리시스입니다. 히브리어로는 츠다카가 아니라 미쉬파트, 곧 공정한 재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법과 관련해서 공의로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의 법이 있는가 하면 시민으로서 우리의 삶을 통제하는 국가의 법과 여러 규정들이 있습니다. 이 법들을 공의롭게 집행하고 공의롭게 지키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좋을 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십니다.


우리 고신은 법을 엄격히 지키자고 한 것 때문에 바리새파란 소리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쉽게 법을 어기고 저버린 경우들이 과거 역사에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사회 산하 기관도 법을 제대로 지켜야 하겠지만 이사회 자체가 무엇보다 법을 제대로 지켜야 할 것입니다. 법이 잘못되었으면 고쳐야 하지만 정해 놓은 법은 지키는 것이 옳습니다. 정의롭고 공의롭기 위해서는 법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적용도 언제나 공평하고 공정해야 합니다. 이사회는 교수 인사나 직원 인사가 공정하고 공평하도록 애쓸 것입니다.


그러자면 기준이 있어야 하고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사로 지내는 동안 이 점을 눈여겨보고 개선의 필요성을 여러 번 지적하였으나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인사 부분에 오래 동안 종사해 온 분이 한 분 포함되었기 때문에 함께 힘을 모아 인사 제도가 좀 더 공정하도록 개선해 볼 것입니다. 그러자면 구성원들이 여러 방식으로 평가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가운데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이사회는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애쓰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들은 좋은 연구와 교육의 성과가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고, 직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여 대학을 한층 더 발전시키도록 애써 주십시오. 정부 지원 사업이나 평가가 늘어나면서 이제 대학 수준은 입학생의 수준이나 교수들의 수준에 좌우될 뿐 아니라 직원들의 수준에 좌우된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고신대학교와 신대원의 직원 수준이 다른 대학 직원 수준보다 훨씬 높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부하고 애써 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는 인자(자비, 긍휼, 인자)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공정하게 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그 뒤에는 소외된 사람, 눈물 흘리는 사람, 억울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레비나스라는 프랑스 철학자는 “공무원들이 모르는 눈물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고려학원 산하 기관에 종사하는 분들 가운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고 연약한 지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 연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긍휼과 자비를 보여야 할 곳이 어딘지, 이런 것들에 이사회가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대학과 병원과 신대원도 함께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인애(자비, 긍휼)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따라 긍휼이 살아있고 자비와 사랑이 존중받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쓰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두 눈을 크게 뜨고 사물을 바라보듯이 공의와 긍휼, 정의와 사랑, 공평과 자비의 눈을 가지고 일하는 이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마음, 이런 정신을 가지고 일들을 대하고 사안들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과 정신, 이런 눈으로 일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목이 굳고 우리의 몸이 뻣뻣하면 이사회가 제대로 일을 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이사회는 여러 모양으로 외부에 알려지고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고신대학교 발전에 고신 교회와 이사회가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미가 선지자가 얘기한 세 번째 말씀 “겸손하게 너희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라”는 말씀을 우리의 몸, 우리의 태도를 바로 잡는 말씀으로 수용하겠습니다. 우리 이사회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일을 맡기신 줄 알고 겸손하게 섬겨 나가겠습니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목에 힘을 주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신뢰받는 이사회가 되는 길은 겸손하게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정의와 긍휼과 더불어 세 번째로 예수님이 얘기한 믿음, 곧 신뢰를 얻는 길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저의 임기는 2년에 불과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 저는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나가 정체성(identity)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고려학원 소속 기관들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문제입니다. 대학과 신대원, 병원이 조만간에 문을 닫는 일이 없이 지속 가능한 기관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이 기관이 여러분들의 재능을 발휘하여 봉사하는 기관이고 생계를 유지하고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는 자원을 얻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살아남을 뿐 아니라 더욱더 번영해야 여러분들에게도 유익합니다. 그런데 이 기관은 국가나 다른 주체가 세운 기관과는 달리 기독교 기관입니다.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다스림, 하나님의 주권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개혁주의 신학 전통에 서 있는 기관입니다.


해석에 따라 여러 가지로 얘기할 수 있겠지만 개혁주의 신학 전통에서 보는 기독교 교육은 삶의 각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 곧 하나님의 주되심을 드러내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크리스천들을 훈련시키는 일입니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주의 종으로 살도록 키우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의사로서, 어떤 사람은 간호사로서, 어떤 사람은 식품 영양사로서, 어떤 사람은 교사로서, 어떤 사람은 말씀을 전하는 목사로서, 어떤 일을 하든지, 어디에 있든지, 모두 주의 종으로 이웃과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일이 신대원과 대학에 주어져 있는 중요한 사명입니다. 복음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선생님들은 병든 자들을 긍휼히 여기신 예수님의 마음으로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다하여 치료하는 일을 하는 분들입니다. 이것이 저는 고신대학교가 지닌 기독교적 정체성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고신대학교와 병원, 신대원은 지속 가능한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만일 이 정체성을 포기한다면 고신대학교와 병원을 굳이 고신 교회가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대학은 정부가 역점을 두는 사업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최근 학부교육선진화(ACE)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십시오. 그리고 특성화 관련 사업도 부족한 부분이 발견 되는대로 최선을 다해 고치고 과감한 구조개혁을 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마음을 결집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그리고 구조개혁과 특성화를 기독교적 정체성, 개혁주의 세계관에 따른 하나님 나라 백성 훈련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밀고 나가도록 해 주십시오. 총장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이 사안에 몰두해 주기를 바랍니다. 만일 다시 제재 조치를 받거나 대학의 존립이 흔들릴 경우, 총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사회는 총장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해 밀어드릴 것입니다. 좀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저는 총장이 매번 이사회에 참석해서 대학 현황과 현 상황을 보고하고 토론하고 이사들과 의논하는 기회를 가지기를 바랍니다.


대학뿐만 아니라 신대원과 병원도 구조개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저와 우리 이사회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병원이 처한 여건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인정하지만 병원이 살아남을 뿐 아니라 부산 인근의 여타 병원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병원장 이하 구성원들이 마음과 힘을 다해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복음병원이 다른 병원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지, 어떤 분야를 더 키워야 할지, 어떤 부분을 가감하게 축소해야 할지, 현재 인력은 적절한지, 만일 해고 없이 만족스럽게 병원에 근무하면서도 병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여 해결책을 내어 놓기를 바랍니다. 병원은 기독 병원으로 지속 가능한 기관으로 설 수 있는 로드맵을 보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차기 병원장은 (1) 자신의 분야에 탁월성이 증명된 의사이면서 (2) 하나님과 동행하는 신자이며 (3) 동시에 구조개편을 포함하여 조직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분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이런 분을 찾아 병원장으로 세울 수 있도록 기도로 준비하고 찾아보고 추천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부정한 방식으로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철저하게 배제할 것입니다.


신대원의 경우, 여러 면에서 저는 우려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9인 위원회나 15인 위원회에 저는 참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 어떤 논의가, 어느 정도 깊고 넓게, 종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천안 신대원 캠퍼스 부지와 시설 매각에 모두 관심을 주목했습니다. 저는 좀 더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여기에는 적어도 몇 가지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가 모두 염려하듯이 고신대학교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두 번째가 앞으로 다가올 통일 시대에 대한 고려입니다. 세 번째가 전반적으로 교회가 쇠퇴하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상황입니다. 네 번째가 이와 관련된 신입생 모집과 적정 공간, 적정 교수 충원 등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다섯 번째가 (이것이 더 중요한 사항인지 모르나) 경남, 부산 지방 고신 교회들의 인식과 수도권을 포함한 그 외 지역 사이의 인식의 격차입니다.


이 모든 문제들을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 신대원의 위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위치 문제밖에도 신대원 관련 문제는 많이 있습니다. 천안 이전 이후, 신대원과 고신 교회 사이에는 거리가 상당히 생긴 듯합니다. 현재 신대원 교수들의 학문적 수준은 과거 신대원에서 가르쳤던 분들 보다 훨씬 높았으면 높았지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해졌습니다. 신대원 교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평온한 시대이며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반면, 일선 목회자들 사이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신대원 교수들에 대해서 상당한 우려가 있습니다. 이 갭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 안에 수많은 교파가 있고 신대원이 있지만 우리 고신이 내세울 수 있는 고신 신학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그것이 교회를 세우고 하나님의 나라에 얼마나 이바지 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사회 안에 현재 있는 인사제도소위원회와 재정건축소위원회와 더불어 신학대학원소위원회를 두고 좀 더 밀착해서 신대원을 돌보고 감독하는 일을 하기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 이사회가 산하 기관의 현황과 사안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듣고 관찰하고 토론하고 검토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각 기관장들이 책임 있게 기관을 운영하고 개선하고 변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공간을 허용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책임 경영을 하게 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일을 이사회가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학과 병원에는 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의 지식과 통찰이 대학과 병원 운영을 위해 적절하게 결집되지 못하는 방식으로 현 체제가 구조화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이사회는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대학과 병원에 비해 떨어지는 반면 책임과 권한은 더 많이 주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대학과 병원이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전문가 집단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를 바랍니다. 이사회는 기관장에게 권한을 부여하되, 현황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감독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총회와 교회에 부탁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고신대학교와 병원과 신대원은 고신 교회가 세운 학교입니다. 이 기관들은 이사회를 통하여 총회가 직영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므로 고신 교회는 이 기관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세우는 일에 총회는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병원이나 대학은 어느 기관보다 전문성이 높은 기관입니다. 이런 기관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데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사나 감사를 추천할 때 제발 계파나 정실을 떠나, 고신교회에서 가장 탁월한 분을 찾아, 적절한 인물을 세울 수 있도록 애써 주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이 기관이 하나님께서 원하는 방식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물질로 후원해 주시고 주위 분들에게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


투투 대주교로부터 들은 얘기를 해드리는 것으로 저의 취임사를 끝내겠습니다. 투투 대주교는 넬슨 만델라와 함께 남아공화국을 다시 구축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주었던 기독교 지도자입니다. 2003년과 2004년 초까지 14개월 동안 저는 미국 미시간 그랜드 래피즈에 있는 칼빈 칼리지에서 가르쳤습니다. 그 때 투투 대주교가 그랜드 래피즈에 방문했습니다. 6000명이 모인 자리에 저와 저의 아내가 갔습니다. 그는 인생의 물구나무를 몇 바뀌나 넘은 사람에게서나 볼 수 있는 달인의 경지를 보였습니다. 작은 체구의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은 천진난만하였고 그의 웃음은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가 미국이 이라크에 선전포고를 하고 공격을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미국이 남아공화국이 회복되는 데 기여한 것에 대해 그는 수백 번, 수천 번을 감사한다고 인사를 거듭 거듭했습니다. 그런 뒤, 그의 강연이 끝날 무렵 닭을 치는 농부의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농부에게는 놓아서 기르는 닭이 수백 마리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어린 새끼 때부터 닭들과 같이 살아온 독수리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독수리는 당연히 닭처럼 행동했습니다. 같이 모이를 쪼아 먹고 모이를 두고 먼저 먹겠다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농부는 독수리를 품에 안았습니다. 그리고는 산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독수리를 손끝에 앉히고는 이렇게 소리 질렀습니다. “Your are an eagle. Fly, fly, fly to the end of the sky!(너는 독수리야. 날아가라, 날아가라, 하늘 끝까지 날아가라)" 그러면서 투투는 잠시 침묵을 하더니 체육관에 몰려온 미국인들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독수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우리 고신 사람들도 독수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무엇을 우리가 하고 있습니까? 마치 우리가 닭인 것처럼 그렇게 모이를 쪼아 먹으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순교자들의 후손이라 자처합니다.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을 우리는 자랑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런 존재로 살아 있습니까? 우리 이사회가, 우리 고신대학교가, 우리 병원이, 우리 신대원이 저는 많은 닭 가운데 한 마리의 닭이 아니라 저 창공을 향해 비상하는 독수리이기를 소원합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 하리로다”(이사야 40: 31).


저의 이야기는 연어에서 시작하여 독수리로 끝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긍휼히 보시고, 그 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 행하신 일을 그 분이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가 이어 갈 수 있도록 성령께서 우리에게 능력과 지혜를 주시기를 간절하게 간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후 2015년 5월 11일

학교법인 고려학원 제 26대 이사장 강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