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산책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11122222333.jpg


하기아소피아대교회당 (현 이스탄불)       ㅅ


교회사와 해석학적 조건


 "왜 고신교회인가?: 고신교회의 계승과 도전" 2

 

2.1 역사와 진리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항상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정황과 관련을 갖고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특별계시라는 신적인 영역 외에, 인간이 무오(無誤)한 진리를 터득할 수 있는 상상적, 형이상학적, 초역사적, 초인간적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이 합리적으로 절대적이거나, 명제적으로 무오한 진리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은 자기의 창문을 거쳐 세상을 바라보고, 자기의 사고 틀 속에서 사물을 이해한다. 고장 난 도량형기로 대상을 파악하면 옳은 것이 그릇된 것으로 보이고 그릇된 것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 사물, 역사, 진리 이해에 대한 인간이성의 제한성을 의식하면서 부단히 배우려는 겸허한 자세와 절대성이 아닌, 확실성을 탐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2.2 비평적인 사람은 인간 이해의 한계와 해석학적 조건들을 깊이 고려한다. 자신에게 있을 수 있는 왜곡과 편견 그리고 해석학적 조건에 대해서도 냉철하다. 본문을 자신의 선이해에 밀어 넣어 맞추는 식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타인의 견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 본문을 가지고 자신의 선이해를 검토하고, 그 검토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시각을 기꺼이 교정한다. 본문에 대한 해석과 해석자의 세계에 대한 해석과 해석자 자아에 대한 해석에 관심을 가진다.

 

2.3 한국교회사 연구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실증주의는 사실에 근거하여 사건을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역사연구방법이다. 역사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인문과학에서 실증적인 태도로 연구에 임하는 것과 실증주의적 접근 또는 객관적 역사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2.4 역사연구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건전 타당한 해석과 가치평가를 제공하는 학문이다. 역사와 그것에 대한 가치 평가는 사관(史觀)에 따라 달라진다. 관점에 따라 특정 사건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선과 악, 의와 불의, ()과 사()의 자리가 뒤바뀌기도 한다. 교회사도 관점에 따라 사건의 중요성이 결정되고 기준에 따라 가치평가와 해석이 달라진다.

 

2.5 역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관이다. 교회의 역사, 정체성, 존재의의는 성경과 진리성 중심으로 접근할 때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 교회사는 신앙고백적으로, 교회론 관점으로 파악해야 할 학문영역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계시된 말씀을 신앙표준으로 삼는 규범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개혁신학을 지향하는 장로교는 성경, 신앙고백, 신학, 교회헌법이라고 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교회사의 독립성은 역사학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신학이라고 하는 해석의 차원을 가지는 데 있다. 장로교회 안에서 일어난 사건은 개혁신학과 장로회 치리회 원리를 따라 기술하고 평가해야 타당성을 지닐 수 있다.

 

2.6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창문을 거쳐 세상을 바라보며, 자기의 틀 안에서 사물을 이해하는 점에서, 필자의 사관고신파시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프로테스탄트 시각, 개혁신학을 반영함은 틀림없다.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특정 교회 또는 그룹의 시각이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고, 신앙고백, 치리원리, 개혁신학에 충실하며, 또 양심, 합리성, 상식, 사실에 일치한다면 그러한 시각이 역사해석에 투영되는 것은 칭찬할 일이지 비난할 사안이 아니다.

 

2.7 하기오그래피(hagiography)는 성인열전을 기술하는 영웅주의 사관이다. 자파의 부끄러운 역사는 감추고, 자랑스러운 역사만을 영웅적으로 확대 기술 평가한다. 역사를 아전인수 격, 견강부회 식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한다. 반면, ()하기오그래피는 자기 공동체의 역사를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자학(自虐)사관이다. 순교정신, 저항정신, 투쟁정신이 반골기질과 부정적 심성과 결합하여 자기 교회의 역사를 폄하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기오그래피와 역()하기오그래피는 신학적 함의를 지닌 교회사적 사건을 신앙고백, 신학, 치리회 규칙을 무시하고, 해석학적 조건에 대한 검토 없이 판단하면 개혁신학 교회론에 충실한 신앙고백공동체를 반교회적 운동이라고 하고, 그리스도의 몸 안에 있는 온건한 교회를 교회 밖에서의 운동이라고 단정하는 따위의 오류를 범한다.

 

2.8 교회사는 신학(theological science)이며, 교회사가는 신학자이다. 교회사 연구는 역사학 방법론을 터득한 신학자-역사신학자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 역사학의 시각으로는 규범공동체인 교회의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교회사는 성경적, 신학적, 신앙고백적 치리회적 기준을 가지고 접근할 때 건전 타당한 해석을 할 수 있다.

 

2.9 개인은 환경과 전통의 상호 작용 안에서 존재한다. 보고 듣는 대로 행동하고 처신한다. 자식은 부모의 흉을 보면서도 닮는다. 보고 듣는 게 그 쪽이면 그 쪽 방향으로 머리가 발달하고 관심의 폭이 넓어진다. 한 마을의 앞뒷집에 살아도 집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 말이 적어도 설득력이 있는 있고, 사소해 보이는 것에도 품위가 돋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속담에 왕대밭에 왕대 난다고 했다. 자기가 속한 교회의 역사와 정체성과 존재 의의에 대한 지식과 자부심-자긍심은 구성원들을 왕대로 자라게 한다.

 

2.10 교회사는 신앙 전통을 전수하는 채널이다. 선대의 교회가 물려준 삶, 신앙고백, 진리, 정신적 유산 등을 전달하고 소중히 여기게 한다. 인간의 삶과 신앙과 추억들을 실타래처럼 뭉치게 한다. 기억의 씨줄과 날줄을 서로 엮어 신앙전통이라는 아름다운 양탄자를 만들어 낸다. 연속성, 안정감, 일체감을 제공한다. 유익한 경험, 행복한 삶, 좋은 추억, 인고의 경험들은 불행한 기억들과 함께 현재의 교회, 신앙고백공동체로 연결시킨다.

 

2.11 고신교회의 신학적 신앙적 정신적 기풍(ethos)은 선대 신앙인들이 형성하고 체질화한 교훈의 현현(顯現)이다. 설교 강단 아래에서 듣던 선배들의 신앙 이야기가 교회의 전통을 형성하고, 그것이 가치판단에 영향을 준다. 교회는 전통이라는 과정을 거쳐 도전을 이겨내고, 건전한 공동체를 계승하며,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한다. 고신교회는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특별한 출범 동기와 과정 그리고 소중한 이야기를 가진 신앙고백공동체이다.

 

2.12 고신교회는 자랑스러운 역사, 정체성, 존재의의를 가지고 있다. 작은 규모의 신앙고백공동체라도 물려받은 전통에 따라 큰 생각을 하고, 바른 신앙을 고백하고, 영향력을 가진 행동을 할 수 있다. 계승하고 있는 가치관, 철학, 신념, 스타일, 신조, 정신, 관습 등 고신교회의 전통은 건실한 신앙, , 가치관의 밑거름이다. 고신교회가 복음열풍을 일으키고 복음한류 파도타기를 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세계를 뒤덮을 수 있다.


위 글은 제2회 고신포럼 (20200217)에서 발표한 "왜 고신교회인가?: 고신교회의 계승과 도전"(미출간)의 일부이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1989-2009)


<저작권자 ⓒ 리포르만다, 무단 전재-재배포-출처 밝히지 않는 인용 금지>


▶ 아래의 SNS 아이콘을 누르시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1. 장신대 몇 기 졸업생입니까>

        장신대 몇 기 졸업생입니까?   장로회신학대학교 졸업생들은 대부분 "나는 장신대 제 몇 기 졸업생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여러분은 장신대 몇 기 졸업생인가? 그 졸업 기수는 언제부터 시작하여 계산되어 내려왔는가? 졸업 기수를 말할 때 주저...
    Date2021.06.26 Byreformanda Reply0 Views832 file
    Read More
  2. WCC 따라가면 교회가 죽는다.

        WCC 따라가면 교회가 죽는다   WCC 제11차 총회, 2022,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는 제11차 총회를 2022년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주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계를 화해...
    Date2021.04.27 Byreformanda Reply0 Views618 file
    Read More
  3. 김세윤과 최덕성의 칭의론 충돌 사건

    김세윤 박사(왼편)과 최덕성 박사   김세윤과 최덕성의 칭의론 충돌 사건   순수한 물이나 정화된 물에 극소량의 오염물을 첨가하면 순수성과 정화수다운 가치를 잃게 된다. 도금 처리한 금은 금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금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순전하다....
    Date2021.02.01 Byreformanda Reply1 Views1508 file
    Read More
  4. 주기철 목사직 복권 해프닝에 대하여

          주기철 목사직 복권 해프닝에 대하여   한국교회는 일제강점기를 통과하면서 자조적(自嘲的)인 해프닝을 연출한 바 있다. 일제는 한국을 집어삼키기 위해 창시개명, 일본어교육 등 문화말살정책을 감행했다. 형벌과 고문으로 식민지 백성들을 굴복시켰...
    Date2021.01.15 Byreformanda Reply0 Views509 file
    Read More
  5. 고려신학대학원 졸업생 1947-2007

                  고려신학대학원 졸업생 명댠 (1947-2011)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은 1946년에 고려신학교로 출발했다. 아래는 졸업생 명단(1947-2011)이다. 출옥성도들 중심으로 부산에서 시작한 고려신학대학원은 1998년 가을학기부터 천안 교정에서 목...
    Date2021.01.04 Byreformanda Reply0 Views2432 file
    Read More
  6. 스코틀랜드교회의 마녀사냥

          스코틀랜드교회의 마녀사냥   우리는 교회사에서 위대한 믿음의 거인들을 만나 존경의 무릎을 꿇기도 한다. 바울,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칼뱅, 녹스를 공부하다 보면 그들은 우리와 성정이 다르고, 절대 무오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원죄...
    Date2020.12.06 Byreformanda Reply1 Views1159 file
    Read More
  7. 고려신학교 교사 건축(1955)

        고려신학교 교사 건축(1955)   고려신학교(현 고신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는 한상동, 주남선, 손양원, 박윤선이 1946년 9월 20일 ‘돈없이 집없이 인물없이' 시작하였다. 일신여학교 교정에서 개교 후 한 학기 만에 초량교회 유치원 그리고 부산 광복동 ...
    Date2020.09.15 Byreformanda Reply0 Views413 file
    Read More
  8. 롤라드인들의 성경사랑

    롤라드인들의 성경사랑   3. 성경사랑   롤라드 신앙운동의 최대의 기여는 성경의 권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대중에게 심어주고 확산시킨 것이다. 신앙과 행위의 최고의 권위가 성경이라는 신념을 대중화했다. 종교의 최고 ‘권위’가 교황 또는 로마교회의 조...
    Date2020.07.25 Byreformanda Reply0 Views650 file
    Read More
  9. 롤라드 신앙운동

    옥스퍼드대학교의 일부 롤라드 신앙운동  거대한 역사적 사건은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 여러 요소, 요인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갈등을 야기하고, 운동을 확산시키다가 어느 시점에서 주목받는 사건으로 발발한다. 16세기 종교개혁운동이라고 일...
    Date2020.07.25 Byreformanda Reply0 Views1417 file
    Read More
  10. 존 위클리프의 개혁신학

      존 위클리프와 롤라즈 전도자들   존 위클리프의 개혁신학   16세기 종교개혁은 중세후기 신앙운동과 신학자들이 놓은 주춧돌 위에 건축된 장대한 역사적 사건이다. 프랑스의 왈도, 영국의 위클리프, 보헤미아의 얀 후스, 피렌체의 사보나롤라, 네덜란드 지...
    Date2020.07.21 Byreformanda Reply0 Views903 file
    Read More
  11. 존 위클리프: 교회개혁의 새벽별

    존 위클리프에 대한 이단심문 상상도 존 위클리프: 교회개혁의 새벽별     종교개혁의 새벽별, 영국인 존 위클리프(John Wycliffe, c. 1330-1384)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대조적이다. 한 편에서는 중세후기 사회와 교회 체제를 변혁시킨 이단자로 여기고 그의 ...
    Date2020.07.21 Byreformanda Reply0 Views910 file
    Read More
  12. 왈도파 신앙운동과 롬바르드파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드 마을   왈도파 신앙운동과 롬바르드파 4. 롬바르드파   리용의 빈자들이 점차 많아지고 명성이 높아지자, 이 운동에 경쟁그룹이 등장했다. 알프스산 동북부의 롬바르디(Lombardy) 지역의 빈자들 곧 롬바르드파 무리였다. 오스카의 두...
    Date2020.06.14 Byreformanda Reply0 Views854 file
    Read More
  13. 리용의 빈자들

    리용의 빈자들 1   1. 순회설교자 무리   리용의 빈자들(Poors of Lyon)이 펼친 왈도파 신앙운동은 그리스도의 교회가 외형적 교회조직 밖에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인 권위를 다만 제도화된 외형의 교회가 아닌 오직 성...
    Date2020.06.13 Byreformanda Reply0 Views687 file
    Read More
  14. 위대한 이단자 피터 왈도

        왈도파가 신학교로 사용하던 건물, 피드몬트 산악지대(이탈리아 북부)   위대한 이단자 피터 왈도        로마가톨릭교회의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5년 6월 22일 12세기에 설립된 이탈리아 북부의 토리노의 왈도파 교회를 찾았다. 교회의 무자비한 핍박을 ...
    Date2020.05.24 Byreformanda Reply0 Views1212 file
    Read More
  15. 아타나시우스 3: 월계관

    아타나시우스, 벽화 아타나시우스 3: 월계관   6. 사막의 수도사들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 가까운 사막에는 마귀, 맹수, 도둑이 들끓었다. 기도와 관상에 몰두하는 수도사들은 가혹한 자기 절제와 금욕생활로 영적인 순수함과 완덕을 추구했다. 자신의 ...
    Date2020.05.23 Byreformanda Reply0 Views475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