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는 천재였다

by 로뎀 posted Sep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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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인류는 천재였다


석기 시대 사람들은 정말 원시적이었을까? 뉴욕 주립대 고고학 교수인 존 시어(John Shea)는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Science>에서 석기 시대인은 현대인처럼 똑똑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호모 사피엔스 화석을 연구하는 중 그들이 만든 돌촉과 돌도끼 돌칼 등을 보면서 너무나 잘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가 원시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헛소리라고 강조하였다. 고고학 강의 시간에 그는 학생들에게 직접 돌 칼을 만들어보도록 하고, 그리고 석기시대인처럼 돌칼로 양을 직접 도살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석기시대인의 고민과 생활 습관을 온몸으로 느끼고 배우도록 하였다.
 
시어 교수는 인류가 원숭이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최초의 인류), 호모 에렉투스(자바원인, 하이델베르크인),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 현대인 순으로 진화 발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연구하면서 그들이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수십만 년을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하며, 그들이 사용했던 도구는 현대인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지혜가 담겨 있음을 알았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시어 교수는 힘주어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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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5,000년 전 수메르인이 문자를 발명하면서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하였다. 그때부터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현대 문명에 이르게 되었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까지 인류 역사는 화석이나 여기저기 흩어진 돌도끼나 돌칼을 보면서 짐작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면서 석기인은 매우 원시적이고 지능도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어 교수의 말처럼 그것은 완전히 편견이다. 

석기인은 살아남기 위해서 자연을 읽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정하게 뜨고 지는 해와 달을 보면서 시간의 개념을 깨달았다. 그들은 언제 씨를 뿌려야 하는지, 언제 추수를 해야 하는지를 배워갔다. 언제 여름이 시작되며, 언제 낮의 길이가 제일 긴지, 혹은 언제 제일 짧은지도 알았다. 하늘의 구름과 비의 관계를 통하여 언제 강물이 범람하는지도 알았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일 년, 월, 주, 일의 개념을 알게 되고 달력을 만들었다. 밤하늘의 어느 별이 움직이고 어느 별이 움직이지 않는지를 살펴보면서 방향을 잡는 법을 배웠다. 

몸에 상처가 생기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고민하였다. 문자가 나오기 전부터 그들은 자연과 몸과 별들을 연구하였다. 신체의 변화에 따라 몸의 증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였다. 석기 시대 두개골 절개 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화석을 통하여 알려졌다. 원뿔형 칼로서 두개골의 한 부분을 잘라내었는데 어떤 환자는 생전에 여러 번 수술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문자가 없었다고 인류가 원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큰 착각이다. 그들은 어쩌면 현대인보다 훨씬 뛰어난 천재인지도 모른다. 현대인을 석기 시대의 환경에서 살도록 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언어가 있기 전부터 인간은 생각하였고, 세계를 읽어나갔다. 그들은 숫자를 만들고 서로 의사소통하기 위하여 그림문자와 설형문자를 만들었다. **

고대에도 그렇고 현대에도 그렇지만 인간은 자연과 세상을 읽는 지혜가 있었다. 헬라인은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았다. 물질적인 세계와 비물질적인 세계. 혼란스럽고 악한 질료의 세계와 합리성을 가진 형상의 참 세계로 구분하여 보았다. 

처음 기독교가 헬라 세계에 들어가면서 그들의 이분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거룩한 영적인 세계와 죄로 가득한 육적인 세계로 설명하였다. 성경의 가르침과 세상적 가르침으로 구분하였고, 신앙과 이성을 구분하였다. 그들은 신앙은 고상하고, 이성은 죄 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데카르트를 기점으로 계몽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이성은 모든 것을 판단하고 분별하여 진리를 발견할 수 있으나, 신앙은 무조건 믿습니다만 외치는 허구의 세계라고 하였다. 과학과 학문의 세계는 합리적인 이성의 세계고 기독교를 비롯한 신앙의 세계는 불합리만 외치는 미신의 세계라고 하였다. 기독교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스라엘의 구약학자 요람 하조니(Yoram Hazony)는 기독교가 헬라 세계에 복음을 전파하면서 너무나 쉽게 헬라의 세계관을 받아들였던 데서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구약 성경은 이성과 신앙의 이분법이 생겨나기 무려 500년 전에 쓰였다. 구약 성경의 저자들은 헬라인이 가지고 있는 이분법적 사고를 전혀 알지 못했고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도 없다. ***그들은 헬라의 분석적인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종합적이고 직관적인 사고 방식을 가졌다. 오늘의 문제는 성경을 헬라적 사고방식인 이분법으로 성경을 읽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성경을 히브리적 세계관으로 읽어야 함을 요람 하조니는 주장한다. 

처음 헬라의 이분법을 이용하여 신앙은 고상하고 거룩한 세계에 속하였고, 세속의 학문은 저급하고 죄 된 세계에 속하였다고 주장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계몽주의와 더불어 과학이 득세하면서 기독교는 2,000년 전 미신으로 전락하였다. 이분법이 역전된 것이다. 요람 하조니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헬라의 이원론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기독교 본연의 사고방식인 히브리적 사고방식으로 돌아가려고 애를 쓰는 학자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인도에서 40년 동안 선교사 생활을 한 레슬리 뉴비긴은 은퇴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동양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도에서는 신앙과 세상, 성과 속, 공과 사의 구분이 없었다. 신앙은 삶으로 이어져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인도에 살다가 영국으로 돌아갈 때 뉴비긴은 기독교 국가인 영국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영국의 기독교인은 거룩함과 속된 것을 엄격하게 구분하였고, 신앙과 생활, 신앙과 학문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레슬리 뉴비긴은 영국이야말로 새로운 선교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교(신앙)라고 부르는 것은 인간의 경험 전체를 이해하는 방식, 곧 총체적인 세계관이다.”****

영국의 현실은 오늘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도 많은 그리스도인은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철저히 구분한다. 어떤 사람은 내가 인문학적 배경을 가지고 글 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성경만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여 말하기도 한다. 세상은 나 몰라라 사단에게 다 맡기고 그리스도인은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성경만 보고 기도해야 한다는 식이다. 

석기시대인도 세계를 보는 눈을 가졌다. 헬라인은 세계를 이원론으로 보았다. 하나님의 백성인 구약 성도는 어떤 시각으로 세계를 보았을까? 세계관은 매우 중요하다.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구약을 통하여 복음을 깨달은 바울이 헬라 세계에 들어가서 복음을 전파하며 고민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울은 결코 아무 생각 없이 헬라의 이원론, 헬라의 세계관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나는 믿는다. 
성경을 새롭게 봐야 할 이유가 너무나 많다. 
세상을 새롭게 봐야 할 이유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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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註)
* 폐허에 살다. 발굴해서 역사를 찾는 고고학자들 이야기 / 메릴린 존슨 지음 / 이광일 옮김 / 책과 함께 / 2016년 / 64쪽
** 읽기와 지식의 감추어진 역사 / 한스 요아힘 그립 지음 / 노선정 옮김 / 이른아침 / 2006년 
*** 구약성서로 철학하기 / 요람 하조니 지음 / 김구원 옮김 / 홍성사 / 2016년 / 20쪽
**** 온전한 진리 / 낸시 피어시 지음 / 홍병룡 옮김 / 복있는 사람 / 2012년 / 1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