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2019.12.03 01:42

생산의 영웅

조회 수 5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422c533f92de9d88c7b9a74be61be09c.jpg

마르크스(왼편)와 엥겔스 동상        

 

생산의 영웅

벽초 홍명희 원작 <임꺽정>과 소설 <장길산>이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북한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졌고, 남한에서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안방에까지 전달되었다. 우리의 문학계는 오랫동안 장길산, 임꺽정 류의 영웅이 독자들의 마음을 지배해 왔다. 이러한 현상은 대도 조세형을 동정하는 것과 일치한다. 사람들은 분배의 영웅을 선호한다.

임꺽정이나 장길산이 열풍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극대화된 현상이다. 분배의 불균형과 맞서 싸워 정의 사회를 이루겠다는 눈물 나는 투쟁이 영웅 대접을 받는다. 이러한 영화는 모순된 사회에 정의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배의 영웅이 아무리 많이 나온다고 해도 국가나 사회의 발전이나 부(富)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부패를 다소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고, 방부제 역할을 할 뿐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은 분배의 영웅이 가지는 한계가 무엇인가를 말해준다.

근년의 한국교회의 뚜렷한 움직임은 제자훈련과 사회참여운동과 윤리실천운동이다. 이곳저곳에서 세미나가 열리고, 성경공부를 한다.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고, 많은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지역마다 윤리실천단체가 결성되고 있다. 제자훈련은 신앙지식의 폭을 넓힌다. 신앙패턴을 구축하고 교회중심의 신앙생활과 질서의 중요성을 인식시킨다. 사회참여운동이나 윤리실천운동도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책임을 다하도록 자극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제자는 많은데 그리스도의 군사가 적다. 윤리를 외치는 사람은 많은 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적다. 성경책을 들고 ‘제자반’에 참석하며, 성경과 신학 지식을 배운 덕분에 자기 견해를 가진 사람(man of opinion)은 많은데 정작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적다. 우리 주변에는 윤리적 책임을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책임을 지고 희생하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적다.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을 꼬집을 줄은 아는데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한다. 비판할 줄은 아는데 변화시킬 능력은 없다. 음식물이 부패한 것을 비꼴 줄은 아는데 자신이 그 음식물 속에서 희생하는 소금이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밀가루가 부풀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도 자신이 그 가루를 부풀게 하지는 못한다. 비아냥거리는 데는 선수인데 겸손히 자기를 희생하지는 않는다.

성경이 제시하는 참 제자는 새 생명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복음으로 영혼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천국시민을 많이 생산하는 일꾼이다. 오늘날의 제자 개념은 성경이 말하는 성도의 모습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바울은 제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하나님의 일꾼”, “그리스도의 군사”로 표현하고 있다.

사회참여와 윤리실천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분배의 영웅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무리 분배의 영웅이 많아도 생산의 영웅이 많아지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앞날은 암담하다. 교회의 성장이 멈춘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교회는 성경지식을 높이고 성경책을 들고 다니며 빈정거리는 태도로 교회 안팎의 문제점이나 비꼬는 제자훈련이나 사회참여운동이나 윤리실천운동보다 ‘생산의 영웅’ 만들기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희망은 궁극적으로 구령사업에 있다.

기독교 신앙에서 신앙지식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과 윤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사회참여를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노동현장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그리스도인이다. 영혼을 낚아올리는 생산의 영웅이다. 아울러 윤리실천운동을 펼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를 겸손히 낮추며 남을 자신보다 낫게 여기는 작은 윤리에서부터 제자도를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최덕성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1989-2009)

<주간기독교>(2010) 기고의 글

 

리포르만다에 실려 있다가 사이트개편 때 사라진 것을 복구한 글

 

<저작권자 ⓒ 리포르만다, 무단 전재-재배포-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금지>

?

  1. 성공한 구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

      미얀마 시민/ 사진 An SueYe     성공한 구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    미얀마의 군부가 쿠테타로 정권을 잡았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군경은 실탄을 발포하여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은 쿠테타 세력으로 불리지만 법개정을 통...
    Date2021.03.03 Byreformanda Reply0 Views357 file
    Read More
  2. 지독한 사랑, 팬데믹 시대에 생각해 본다

        지독한 사랑, 팬데믹 시대에 생각해 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일 년째 전 세계가 멈춰버린 느낌이다. 정부가 교회의 대면 예배를 규제하고 있다. 예배에 참석을 하려면 눈치를 봐야하는 상태이다. 아스라엘과 터기 여행은커녕 기독인들이 자기 ...
    Date2021.01.29 Byreformanda Reply0 Views400 file
    Read More
  3. 서양 8음계의 기원

    Harpsicod, BREAD CHAPEL   서양 8음계의 기원   우리의 조상들은 5음계를 사용하여 궁 상 각 치 우로 표기하였다. 오늘날 세계인이 사용하는 서양 8음계는 기독교의 유산이다. 10세기 말, 이탈리아의 기독교 성직자이며 음악가인 귀도 다레쵸(Guido d’Arezzo...
    Date2021.01.28 Byreformanda Reply0 Views1059 file
    Read More
  4. 큐알코드와 기독인의 시대분별

      큐알코드와 기독인의 시대분별   핀란드의 헬싱키 공항에 '코로나 19 탐지견'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 탐지견은 코로나 19 양성 환자의 확진 여부를 10초 안에 찾아내는 게 가능하고 특히 무증상 환자까지 찾아내는 능력을 가져 현재 시범 근무 중이라고 한...
    Date2021.01.14 Byreformanda Reply0 Views445 file
    Read More
  5. 박창환 목사의 고별사

        박창환 목시의 고별사   박창환 목사(1924-2020)는 장로회신학교(1948)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1989년까지 41년 동안 헬라어와 신약신학 교수로 봉직했다. 1924년 황해도 황주에서 태어났다. 박경구 목사의 장남이며, 한국장로교회 최초 중국 파견 선교...
    Date2020.12.01 Byreformanda Reply0 Views1241 file
    Read More
  6. 캠퍼스 없는 대학교 시대의 개막

          캠퍼스 없는 대학교 시대의 개막   캠퍼스 없는 대학교 시대가 개막했다. 코로나 19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리포르만다>와 BREADTV가 함께 설계 운영하는 BREAD UNIVERSITY는 신학강의 공급선교 플랫폼이다. 동영상 신학강의를 가난한 나라들의 복...
    Date2020.08.09 Byreformanda Reply0 Views386 file
    Read More
  7. 수산나 이야기, 미투 사건의 원형

          수산나 이야기, 미투 사건의 원형   미모의 여인 수산나 이야기는 인류의 오래된 '미투 연루 사건’의 주인공이다. 로마가톨릭교회의 구약성경 외경 다니엘서 13장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권력 사회가 모함받은 피해자를 억울하게 하는 패턴의 원형이다.  ...
    Date2020.07.11 Byreformanda Reply0 Views770 file
    Read More
  8. 연리근(連理根)과 단다(單多)

    연리근(連理根)과 단다(單多) 일식이 있던 시간에 등산을 하다가 우연히 위 그림의 나무들을 보았다. 두 나무의 뿌리가 붙어 있다. 연리근(連理根)이라고 한단다. 해발 약 300미터의 높이의 부산지역 장지산 등산로 기슭에 있다. 이 두 나무는 둘이면서 하나...
    Date2020.06.22 Byreformanda Reply0 Views576 file
    Read More
  9. 미국 폭동: 조지 플로이드 신드롬

    Photo: "George Floyd protests" in Wikip미국 dia 미국 폭동: 조지 플로이드 신드롬 미국 폭동, 조지 플로이드 신드롬(George Floyd Syndrome)은 2020년 5월 말에 시작하여 6월 초 현재까지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파괴적인 저항운동이다. 위조 지폐 사용자...
    Date2020.06.06 Byreformanda Reply0 Views1051 file
    Read More
  10. 어린이는 완전한 사람이다

    어린이는 완전한 사람이다 가정의 달 앙코르 글 1. 덜 자란 어른 텔레비전 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은 “덜 자란 어른”이라는 제목으로 실제 사건 하나를 극화하여 방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6년간 대학과 대학원을 다닌 사람이 귀국하여 편의...
    Date2020.05.25 Byreformanda Reply0 Views510 file
    Read More
  11. 올랍 라첼: 용감하게 싸우는 독일 목사

    올랍 라첼: 용감하게 싸우는 독일교회 목사   소년 시절에 내가 본 드라큘라 영화 가운데 주인공의 의사 할아버지가 칼을 들고 드라큘라와 용감하게 싸우는 장면이 있었다. 매우 감동적이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리라 결심했다. 5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지...
    Date2020.05.13 Byreformanda Reply0 Views1112 file
    Read More
  12. 왜 동성애는 하나님의 형상됨을 가로막는가?

    왜 동성애는 하나님의 형상됨을 가로막는가?   하나님 형상’이란 말을 ‘있는 모습 그대로’ 혹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덕담처럼 쓰는데 잘 알고 써야 한다. 호모, ‘호모’란 말은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게이, 레즈비언 등 모든 유형의 동성애자를 비하...
    Date2020.05.05 Byreformanda Reply0 Views797 file
    Read More
  13. 희망이라는 축복

    희망이라는 축복 희망은 우리의 영혼 속에 살짝 걸터 앉아 있는 한 마리 새와 같습니다 행복하고 기쁠때는 잊고 살지만 마음이 아플때 절망할 때 어느덧 곁에 와 손을 잡습니다 희망은 우리가 열심히 일하거나 간절히 원해서 생기는게 아닙니다 상처에 새살이...
    Date2020.05.05 By123123 Reply0 Views422 file
    Read More
  14. 마키아벨리와 현대 개혁주의

     웨스트민스터대교회당, 런던 마키아벨리와 현대 개혁주의   1. '역사적 개혁주의'는 실패했는가?   시대의 문필가요 탁원한 정치적 감각의 소유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1527), 지금은 비록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에 한줌의 흙...
    Date2020.05.05 Byreformanda Reply0 Views434 file
    Read More
  15. 남아공교회는 집회금지 요청에 협조한다

    남아공교회는 집회금지 요청에 협조한다 코비드19 대역병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한국 정부의 “교회의 집회 금지 명령”과 이에 대한 교회의 거친 반응과 찬반 논쟁은 모두 헌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헌법 ...
    Date2020.04.09 Byreformanda Reply0 Views737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