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경제공동체, 입증 안 되면 어떻게 하나


어쩌다 592억 원이 된 박근혜 뇌물

<동아일보> donga.com   [송평인 칼럼]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7-04-19 03:00 수정 2017-04-19 05:04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어디는 뇌물, 어디는 강요

검찰도 확신 없이 특검 따라 

모래성처럼 쌓은 592억 원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입증 안 되면 다 무너져


송평인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 액수가 592억 원으로 정해져 기소됐다. 592억 원이나 되는 뇌물을 받은 사람이지만 그에게 몰수 추징해야 할 돈은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특이한 뇌물이다.


검찰 기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SK에 89억 원의 뇌물을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 롯데로부터는 70억 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 이게 제왕적이라는 대통령의 수뢰 시도가 맞나 싶다.


어쨌든 여기 적용된 박 전 대통령의 정확한 혐의는 제3자 뇌물이다. 제3자는 최순실 씨가 아니라 미르·K스포츠 재단이다. 자신이 마음대로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에 돈을 넣도록 했다면 그것은 직접 받은 뇌물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은 한 단계 더 복잡하다.


미르·K스포츠 재단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최 씨가 좌지우지했다. 따라서 제3자 뇌물이 성립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 경제공동체 관계가 성립하고, 최 씨가 재단의 돈을 개인 용도로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다는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경제공동체 관계는 말 자체가 생소하고 재단 출연금 중 실제 사용된 돈도 최 씨가 개인 용도로 마음대로 꺼내 썼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의 논리가 억지스럽다는 것은 다음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은 모두 774억 원이다. 검찰은 이 중 삼성이 낸 출연금 204억 원만 뇌물로 보고 나머지 570억 원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기업들이 각각의 재력에 비례해 다 같이 출연금을 냈는데 어떤 회사가 낸 돈은 뇌물이고 어떤 회사가 낸 돈은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건 누가 봐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검찰도 삼성의 출연금이 뇌물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앞선 특검의 공소 유지에 혼란을 끼치지 않기 위해 특검의 논리를 따랐을 뿐이라고 설명한다.삼성의 출연금 204억 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원에 SK와 롯데가 요구받은 추가 출연금 159억 원을 더하면 379억 원이 된다. 뇌물 총액 592억 원에서 이 379억 원을 빼면 213억 원이 남는다. 

 
 213억 원은 최 씨 딸 정유라를 위한 삼성과 코레스포츠의 후원계약 액수다. 그마저도 실제 지급된 돈은 77억 원이다. 삼성같이 돈 많은 회사가 대통령이 나서 그 회사로서는 가장 중요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도와주겠다는데도 화끈하게 돈을 주지 못하고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레이저까지 맞을 정도로 우물쭈물했다는 건 우리가 통상 떠올리는 뇌물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돈은 미르·K스포츠 재단이 아니라 최 씨가 받은 돈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돈을 박 전 대통령이 최 씨로 하여금 받도록 한 제3자 뇌물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구성했다. 왜 그랬을까.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이미 경제공동체로 봤는데 갑자기 최 씨를 제3자로 본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모든 뇌물 혐의는 그와 최 씨가 경제공동체임이 입증되지 않으면 다 무너지게 설계돼 있다.경제공동체 관계가 입증된다 해도 뇌물이 성립하려면 대가가 있어야 한다. SK 회장의 사면은 그가 형기를 거의 다 채운 시점에 이뤄져 특혜라고 할 수도 없다. SK와 롯데 면세점 허가에 대해서는 5년이란 짧은 주기로 허가와 불허를 오가는 시스템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에 대해서도 여론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이런 것도 대가라고 우기면 우길 수 있겠지만 최소한 뇌물을 받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준 것은 아니다.  정유라 승마를 비롯한 최 씨의 각종 민원에 해결사 역할을 한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은 분노를 자아낸다. 강요 행위만으로도 그는 탄핵되고도 남는다. 다만 뇌물 혐의는 억지스러운 데가 많다.


국회는 탄핵소추에서 수사도 안 된 뇌물죄를 집어넣었다. 특검은 사후적으로 이를 보완하느라 경제공동체라는 말까지 만들어 뇌물 혐의를 쥐어짜냈다. 헌법재판소는 뇌물죄 판단을 유보하고 기업 재산권 침해라는 헌법 위반으로 결정했다. 검찰은 특검에서 인계받은 뇌물죄를 이어받지 않을 경우 거센 후폭풍을 맞을 것이 두려웠다. 이것이 592억 원 뇌물죄에 이른 경과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1. No Image

    손봉호 교수ㅡ “동성애 반대, 승산 없다”

    손봉호 교수ㅡ “동성애 반대, 승산 없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다... 여성 목사 안수처럼 <파워뉴스> (2019.7.22.)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보수교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전쟁은 승산이 별로 없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다.“며 ”여성 안수와 같이 될 ...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74
    Read More
  2. No Image

    김기홍의 설교학강의: 논지에서 설교까지

    김기홍의 설교학강의: 논지에서 설교까지 김기홍 목사 (분당 아름다운교회 원로) <교회와 신앙> (2018.2.12.)에서 올김 복음의 내용을 논지로 삼아서 요지와 본문을 만들어보자. 언제나 기본적으로 마음에 가지고 진행할 내용이 있다. 예수께서 내게 해 주신 ...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24
    Read More
  3. No Image

    중년 행복 10계명

    중년 행복 10계명 제1. 1일이 따지지 말고, 일일이 알려고도 하지 말라. ㅤ 제2. 2해하고 살며, 이말 저말 여기 저기 옮기지 말라. ㅤ 제3. 3삼오오 모여 식사하고, 가끔 계산도 하라.ㅤ 제4. 4생결단 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살라. 제5. 5기 부리지 말고(OK),...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1163
    Read More
  4. No Image

    한국정부 제 무덤 파고 있다

    [외신] 착각 속에서 허우적대는 한국정부 제 무덤 파고 있다 한국 ‘화이트국’ 제외는 당연한 조치, ‘착각’ 문정, 한일관계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5일 반도체 소재 수출관리를 강화한 일본에 대해 반세기 동안 쌓아온 한일 경제협력의 ...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576
    Read More
  5. No Image

    혼일강리도 시각

    혼일강리도 시각 어리석은 나라는 분노하기 위해, 현명한 나라는 강해지기 위해 역사를 이용한다. 우리는 어느 쪽일까? 600여년 전 조선이 만든 ’혼일강리도’란 세계 지도가 있다. 여러 지도를 짜깁기해 엉성하지만 유럽·중동·아프리카까지 그려져 있다. 당시 ...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99
    Read More
  6. No Image

    대한민국, 이미 주사파-좌파에 넘어갔다

    대한민국, 이미 주사파-좌파에 넘어갔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자유대한민국은 주사파의 수십년 전복전략에 의해 점령됐다”며 “자유파에는 이승만・박정희같은 영웅도 지금 없다. 모여야 한다.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15일 자신의 페이...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725
    Read More
  7. No Image

    최일도 목사의 영성

    최일도 목사의 영성 다일 영성수련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성은 사모의 글에 대하여 최일도 목사는 이를 한 개인의 오해로 일축한 4월 19일자 [오피니언] 란의 글을 내보냈습니다. 저는 기도와 숙고 끝에 ‘생명 살리기’ 사명감으로 이 글을 씁니다. 평소 밥퍼...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1273
    Read More
  8. 문재인 당신은 국가파괴 업보를 어찌 감당하려는가 ?

    문재인 당신은 국가파괴 업보를 어찌 감당하려는가 ?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의 글 (2019.5.27.) ​ 문재인, 당신은 기자회견에서 참으로 현실 과 다른 말을 했습니다. 지옥을 천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와 언어체계 가 다른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반대로 뻔...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86 file
    Read More
  9. No Image

    기독교인의 행복지침

    기독교인의 행복지침 리차드 백스터 1. 만약 당신의 즐거움에서 뒤에서 비난하거나 욕을 하거나 야유를 하거나 조롱을 하거나 모욕을 하거나 하는 것과 같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말이 당신 자인이나 동료들에게서 나온다면, 그것을 꾸짖고 당신의 접시...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58
    Read More
  10. No Image

    바르트주의의 엉뚱한 주장들

    바르트주의의 엉뚱한 주장들 1. 바르트주의자들은 개혁주의자들과 같은 용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게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북한의 정식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가 용이하다.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이해하...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681
    Read More
  11. No Image

    웨슬리의 성도의 견인에 대한 생각

    웨슬리의 성도의 견인에 대한 생각 칼빈주의자가 주장하는 성도의 견인 교리가 정말로 성경에 기초한 것인지, 존 웨슬리의 도움을 받아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성경의 전후 문맥을 꼼꼼히 확인하며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존 웨슬리, “성도의 견인...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959
    Read More
  12. No Image

    웨슬리의 아르미니우스주의 이해

    웨슬리의 아르미니우스주의 이해 존 웨슬리, “아르미니우스주의자란 누구인가?” 1. “이 사람이 아르미니우스주의자다”라고 말하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마치 “이 사람은 미친 개다”라는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사람이 아르미니우스주의자다”라는 비난은...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965
    Read More
  13. No Image

    손봉호 - 전광훈 거짓말 굉장히 위험

    손봉호: "전광훈 거짓말 굉장히 위험" [출처: 중앙일보] 2019.6.16. 한기총 해체운동 손봉호 "전광훈 거짓말 굉장히 위험" 백성호중앙일보 종교담당차장vangogh@joongang.co.kr "전 목사, 기독교 대표인양 발언하는 건 거짓말종교가 한쪽 정당 편드는 건 굉장...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362
    Read More
  14. No Image

    전광훈 목사에 대한 비판, 한국기독교의 수치

    아래의 글은 <베리타스>에 게재된 것이다. 박충구 전 감신대 윤리학 교수의 글이다. 역사 자료로 삼을 목적으로 옮겨 저장한다. 리포르만다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이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목사가 연일...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334
    Read More
  15. No Image

    사복음서의 불일치 문제

    사복음서의 불일치 문제 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
    Date2019.12.06 Bydschoiword Reply0 Views59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51 Next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