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주기철 면직 사건/ 박영우

by dschoiword posted Apr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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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주기철 면직 사건/ 박영우 목사


(한국교회연합신문 기사)


WCC 회원교단으로, 지난해 WCC총회를 주도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교단 소속의 박영우목사(광주 안디옥교회)가 WCC 반대운동을 펼친 이유로 노회로부터 1년 정직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교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교단과 반대되는 자신의 신학적 입장을 표명한 것이 과연 죄가 될 수 있느냐를 놓고, 찬반의견이 거세게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WCC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를 넘어 한국교회의 최대 교단이자 에큐메니칼교단을 자처하는 예장통합의 대범하지 못한 자세와 옹졸한 대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덧붙여지고 있다.


박영우목사가 소속한 전남노회는 이번 정직 판결의 이유로 헌법 권징 제3조 2항(총회헌법 또는 제규정, 이하 헌법 또는 규정이라 한다에 정해진 중대한 의무위반 행위)과 제3조 5항(허위사실을 유포해 교인 또는 직원의 명예를 훼손시킨 행위) 등을 들었다. 우선 2항의 적용을 보면, 총회가 결의한 사안은 총회 소속 회원 모두가 지켜야 함에도 이를 반대했다는 것이고, 5항은 박목사가 WCC에 대해 종교다원주의, 개종전도금지, 혼합주의 등을 지적했는데, 이를 허위사실 유포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목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목사는 “다원주의, 개종전도금지, 혼합주의를 내가 먼저 말했는가? 그리고 이에 대해 나만 연구한 것인가?”라며 “이는 내가 조사해 폭로한 것이 아니라, 이미 널리 배포되어 있던 WCC 반대 홍보책자나 WCC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저서를 참고한 것이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WCC에 대한 우려는 예장통합 내에서도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제기한 것임을 강조했다. 박목사는 “교단 신학대의 모 교수도 ‘WCC의 종교다원주의’에 대해 교단지에 기고한 바 있고, 다른 목회자도 이와같은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내게만 내려진 정직 판결은 교권주의의 횡포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양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통합 교단의 헌법을 보면, 과연 박목사에게 이같은 죄를 물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통합 헌법 정치 제1장 제1조 ‘양심의 자유’를 보면 “양심을 주재하는 이는 하나님뿐이시다. 그가 각인에게 양심을 주어 신앙과 예배에 대해 성경에 위반하거나 지나친 교훈이나 명령을 받지 않게 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신앙에 대해 속박을 받지 않고 그 양심대로 할 권리가 있으니 아무도 남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같은 헌법에 미루어 박목사는 “WCC 반대운동을 펼친 것은 양심에 따라 행동한 개인의 권리였고, 교단 뿐 아니라 누구도 이에 대해 정죄하거나 침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또 만국장로교회의 신앙고백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31장 제4항은 총회의 결의는 항상 과오를 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고, 따라서 총회의 결의는 신앙과 행위에 대한 절대적 규범의 원천이 될 수 없고, 신앙과 실제적인 측면에서 참고가 될 따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목사는 이를 앞세워 노회 재판국에 항변했지만, 결국 정직 판결을 받았다. 그는 재판 당시 노회에서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작성하기를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박목사는 “만약 내가 사과문을 낸다면, 나의 설교를 듣고, 나를 믿고 WCC 반대운동에 함께 동참한 목회자와 성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결국 박영우가 잘못 안 것이고, 그래서 사과했다고 생각지 않겠느냐”며 “WCC는 분명 잘못된 것인데, 나 하나 살자고 양심을 거스르면서 나를 믿어준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교단의 횡포라면서 단호히 맞서 무죄를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주기철목사님을 노회에서 면직시킨 바 있다. 당시 주목사님에게 저지른 교단의 횡포가 지금까지 예장통합에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번에 헌법이 위인가. 성경이 위인가 논쟁을 했는데, 헌법도 총회도 노회도 성경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나는 장로교지만 칼빈의 제자가 아니라 예수의 제자다. 나는 교단에 갇혀 있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WCC에 대해서는 “부산총회는 끝났지만, WCC와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예장통합 신학교들도 자유주의에 물들고 있는 이 때, 신학생들의 변질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WCC와의 싸움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한국교회에서 WCC를 뿌리 뽑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 차진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