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딜타이: 해석학과 인문과학

by reformanda posted May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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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딜타이: 해석학과 인문과학


최덕성 해석학 강의록 10


1. 인문과학과 해석학의 기능

 

독일인 철학자 빌헬름 딜타이(Wilhelm Dilthey, 1833-1911)는 개혁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베르린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칸트, 레싱, 게르비누스의 철학과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1856년에 신학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설교 활동을 하기도 했다. 베르닌대학교 헤겔 석좌 교수이며, 역사학, 심리학, 해석학을 연구한 철학이다. 경시되어 온 슐라이에르마허의 해석학을 연구했다.


슐라이에르마허의 일반적 해석이론은 해석학의 혁명적 발상이었다. 그 반응은 19세기 말에 이르러 비로소 나타났다. 철학자 빌헬름 딜타이는 슐라이에르마허의 해석학적 강령을 건설적으로 회복시켰다. 딜타이의 해석학 사상은 슐라이에르마허와 20세기의 해석학적 발전 사이에 교랑 역할을 했다.

 

슐라이에르마허와 마찬가지로 딜타이는 인문과학에 정통했다. 그러나 슐라이에르마허와 달리 인문과학이 자연과학의 흥기와 공격적인 자기이해에 의해 위험에 처해 있음을 경험했다. 자연과학자들은 자신들만이 자연에 대한 객관적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우월한 방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딜타이는 인문과학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고, 인문과학 자체에 존재하는 어떤 비평적인 기초이론의 부재의 결과로 해석했다. 믿을만한 학문적발전의 속성이 객관적인 방법론적 기준에 달려있고, 따라서 인문과학의 학문적 신뢰성과 과학적 정체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이론 체계 같은 것을 발전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딜타이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과업을 정의했다. 자연과학의 목적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며, 인문과학의 목표는 인간생활과 인간들의 복잡한 표현양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 실제적으로 동일한 양식을 따르고 현상을 다룰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관점과 방법으로 이 일을 수행한다. 따라서 이해라는 용어는 인문과학의 과업을 특징짓는 핵심용어이다.

 

설명은 지적인 사고 과정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해는 모든 정신적인 능력들이 결합된 활동이다. 이해는 전체의 연결성을 전제로 한다. 사물 자체를 하나의 살아있는 실체로 제시한다. 이 맥락에서 우리는 개별적 사물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연결성을 각성하고 살아간다는 바로 그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특별한 문장, 특별한 몸짓, 특별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딜타이가 규명하려고 한 이해는 모든 인문과학의 과업이다. 자연과학은 가정들 상호간의 관련성의 도움을 받아 일련의 결론들을 얻어 자연 현상들 사이의 연결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인문과학은 항상 원래부터 주어진 정신적 생활 곧 인간 삶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자연은 설명되는 것이지만 정신적 생활은 이해되는 것이다.” 이해를 요청하는 삶은 인문과학의 자료들이다. 이해의 과정에 대한 명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것이 해석학의 과업이다.

 

딜타이의 해석학의 과업 보다 큰 주제 곧 삶 자체에 대한 이해를 요청한다. 전체의 삶은 오직 삶의 다양한 표현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해될 수 있다. “주어진 것은 항상 삶의 표현들로 구성된다.” 인간 삶에 대한 기록된 표현들 곧 작품들은 이해되어야 할 대상이다. 모든 작품들은 인간 개인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이해의 최종적인 목적은, 비록 개인의 작품을 통한 것이지만, 개인에 대한 이해이다. 슐라이에르마허처럼, 딜타이는 해석학적 과정의 최종 목적은 저자가 저자 자신을 이해한 것 보다 저자를 더 잘 이해하는 데 있다고 한다. 덧붙였다.

 

2. 해석학에 대한 딜타이와 슐라이에르마허의 견해

 

딜타이의 해석학 작품 대부분은 슐라이에르마허의 영향을 반영한다. 딜타이는 일생동안 슐라이에르마허에 관심을 가졌다, 딜타이는 선배 해석학자에 대한 광범위한 전기를 쓰고 그의 삶과 작품의 모든 측면들에 관한 저술은 멈추지 않았다. 딜타이의 다른 주 업무는 슐라이에르마허와 그의 유산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철학적 해석학에 대한 관심은 일치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심과 가정이 중첩되는 면도 있지만 다르다. 두 해석자들은 모두 언어 곧 표현의 개별성 구조를 파악하고, 심리학적인 이론과 인문과학의 철학적 기초를 발전시키는 데 강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딜타이는 인문과학을 위한 기초이론 제공을 위해 노력했다.

 

딜타이의 해석학 사상은 슐라이에르마허와 다른 시기에 발전했다. 딜타이의 동료 철학자들은 시공성의 문제 곧 어떤 현상 그리고 그 현상에 대한 어떠한 접근도 인간의 삶과 의식에 대한 역사성을 인식하지 않고는 신중하게 연구될 수 없다는 문제로 씨름했다.

 

딜타이는 역사이성비판”(Critique of Historical Reason)을 수립하는 일에 많은 정력을 쏟았다. 이 연구과제의 제목은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Critique of Pure Reason)과 유사하다. 칸트는 인식 행위 그 자체의 조건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딜타이는 칸트 인식론의 중요성을 자연과학 영역에 제한시켰다. 인문과학은 자연과학과는 구별된 하나의 지식이론 곧 구별된 인식론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딜타이는 해석학의 발전”(1900)이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인식론적인 질문을 인문과학에 제기했다.

 

우리는 개별적인 인간과 인간존재의 특별한 양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이루어 질 수 있는지를 물어야만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행동은 항상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며, 인간의 대부분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 삶에 대한 감정이 입으로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언어학과 역사학은 고유한 어떤 것에 대한 이해가 객관적이 될 수 있다는 가정 위에 기초해 있다.(중략) 조직적인 인문과학 연구는 고유한 것에 대한 객관적 이해로부터 일반적인 법칙과 종합적인 유형들을 이끌어 내지만, 이것들은 여전히 이해와 해석에 기초해 있다. 그러므로 역사학 같은 학문분야의 확실성은 고유한 어떤 것을 이해함에 있어서 일반적인 타당성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의 유무에 달려있다. 따라서 우리는 처음부터 인문과학과 물리학은 구별된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딜타이의 해석학적 강령의 명료성은 기록된 텍스트를 읽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이해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딜타이는 해석학에 대한 많은 적절한 통찰을 제공하고 한다. 이 통찰은 그의 후계자들에 의해 채택되고, 그들의 해석학적 종합에 통합되었다.

 

3. 딜타이의 해석학적 통찰단점과 중요성

 

딜타이 해석학의 배경은 생철학(Lebenphilosophie)이다. 딜타이에 따르면, ‘이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실체의 전부를 지칭한다. 생은 그 자체로 사고(思考)의 목적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 논의를 위한 출발점이다. 그것은 과학적 분석보다 항상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어떠한 분석적 접근도 그 의미를 온전이 파악할 수 없다. 물론 해석학적인 접근방법 조차 생의 의미를 완전히 밝혀낼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방법은 생의 총체성을 자각할 수 있는 여지를 지닌다. 생의 표현들을 해석할 때 그것의 전체성(wholeness)을 중요하게 여기게 한다.

 

딜타이가 말하는 생의 표현들은 세 그룹으로 구분된다. 첫째, 개념, 판단, 큰 사고 복합체이다. “모든 상황에서 동일하게 유지되는 내용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이해는 생의 다른 어떤 표현들보다 완벽하다.” 둘째, 행동들이다. 첫 번째 그룹의 표현들과 마찬가지로 이것들은 생의 상황이라는 배경에서 자신을 분리시킨다. 그리고 만약 환경, 목적, 수단 그리고 삶의 상황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을 때 행위가 발생하게 되는 내적인 생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 셋째, 살아있는 경험이다. “살아있는 경험이 솟아나는 생, 그리고 경험을 야기하는 이해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존재한다.” 마지막 부류는 고전적인 예술작품을 포함한다. 이 표현들은 그 자체로 확고하고 가시적이며 영구적으로존재한다. 그러므로 질서정연하고 확실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이 설명은 딜타이의 관념론적인 경향을 드러낸다. ‘에 대한 가장 좋은 표현은 뛰어난 재주를 가진 천재의 손에서 솟아난다고 한다. 이러한 표현은 적절하다. 왜곡을 의심할 수 없다. 딜타이는 생의 일상적인 표현들 속에 속임수가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고전적 작품은 이러한 일상적인 문제들을 초월한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일상적인 삶에서 솟아나는 것들은 생의 이해관계들의 힘에 종속된다. 덧없는 것에 대한 해석은 순간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적인 이해관계들의 갈등 속의 모든 표현들은 속이는 것일 수 있고 그것에 대한 해석은 우리의 상황의 변화로 말미암아 바뀔 수 있으니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위대한 작품 속에는 그것에 담긴 어떤 정신적인 내용이 그것을 만든 사람 곧 시인, 미술가, 문학가와 분리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거짓이 종결되는 영역으로 들어간다.

 

딜타이의 관념론적인 경향은 이해의 상이한 틀(forms)에 대한 논의에도 나타난다. 그는 이 맥락에 객관적 정신을 이야기한다. “개인들이 공통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그것이 감각의 세계에서 스스로 객관화된 갖가지 형식 -틀이다." 이 객관적 정신은 우리의 인격적 발전을 위한 원천이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이것을 우리 문화의 삶 가운데서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을 연결하는 정신 또는 영혼이라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딜타이는 헤겔의 통합혼(unifying Spirit) 개념에 근접한다. 틸타이와 헤겔은 인간 삶의 표현들의 구체적인 것들을 통합하거나(헤겔) 토대를 제공하려고(딜타이) 힘썼다. 이 두 사상가는 그들 자신의 귀납적 방법을 초월한다.

 

딜타이는 개별적 삶의 표현들에서 삶의 전체적 상황으로 귀납하는 것에 대하여 말한다. “이것은 정신적 삶, 그리고 환경과 상황에 대해 그것이 갖는 관계를 알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일련의 삶의 표현들은 한정되어 있고, 배경 상황은 불확실하므로 오직 그럴듯한 결론들만이 가능하다.” 딜타이는 이해 그 자체가 귀납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항상 유추적 사고를 거쳐 현상과 관계한다. 옳은 말이다. 삶의 모든 표현은 우리 자신의 과거의 경험들을 가지고 유추함으로써 이해된다. 인간 이해가 갖는 이 유추적 성격은 모든 해석자가 주어진 대상을 어느 정도 상이하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모든 해석행위에서 필연적인 이 상이한 이해는 해석 다원주의라는 현상을 야기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사고의 이 연결성을 고정된 방식으로 객관적 정신이라고 정의하자마자 우리는 이해에서 귀납적 추론의 가능성과 생산적이며 비평적인 다원주의의 영역에서 떠나 버린다.

 

슐라이에르마허는 의사소통 노력들을 연결시키는 인간 이해의 통로를 언어 속에서 찾았다. 반면, 딜타이는 물질적인 내용을 의사소통의 기본원리로 삼는다. 이렇게 하여 자신을 새로운 철학적 흐름에 참여시켰다. 딜타이는 의 개념을 갖고 모든 사고의 토대를 놓으려고 노력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 점은 놀라운 일이다. 딜타이는 종종 관념의 영역에 빠져들었다. ‘에 대한 개념적 명료성이 빈약한 탓이었던 것 같다.

 

딜타이는 해석학조차 철학적 전제들에서 독립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이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우리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 여기에서 딜타이는 인문과학 영역에서 하나의 근본적 이론을 발전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주고 있다. 딜타이가 인문과학의 자기이해를 위한 모든 노력에 해석학이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밝혀 낸 것은 옳았다.

 

딜타이의 실수는 해석학이 중립적이며, 과학적인 기초이론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현재의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볼 때 과학적 개념들, 심지어 딜타이 자신이 극복하고자 했던 역사주의도 그의 인간연구의 개념에 상당한 정도로 스며들어 있다. “객관적으로 타당한 지식에 대한 그의 탐구는 그 자체가 깨끗하고 분명한 데이터에 대한 과학적 이상의 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딜타이는 자연과학은 설명이론에 기초해 있다고 본 반면 인문과학은 이해이론에 기초해 있다고 보았다. 이 생각은 관념론적이다. 이 제안은 철학적 해석학을 향한 장래의 수많은 연구과제들을 제공했다. 최근에 이르러 설명이해가 우주의 어떤 측면을 수용하려는 인간의 노력에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딜타이 이후에 등장한 하이데거, 가다머, 리꾀르 같은 인물들은 딜타이의 해석학적 제안들과 토대를 근거로 독자적인 신학 방법론과 해석학을 구축했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교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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