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유형

by dschoiword posted Dec 06, 2019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신학생 유형
박제영 홈페이지 글

 

1. 영(spiritual)파

공부보다는 기도를, 학업보다는 신앙 체험을 중시한다. 입에 “주여 주여”(궁서체로)를 달고 산다. 삼위일체의 각 위격들 중 성령의 위격에 큰 관심을 쏟는다.
◌ 장점: 자칫 잘못하면 차가운 지성주의로 흐를 수 있는 신학 공부 분위기에 가슴 뜨거운 횃불로 불을 지필 수 있다.
◌ 단점: 자칫 잘못하면 슐라이어마허식의 주관주의(subjectivism)로 흐를 경향이 존재한다. 인간의 의식, 감정, 체험, 경험 등이 우선순위를 차지함으로 신학의 객관적 영역이 침해 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2. 신비주의(mysticism)파

앞에서 다룬 영(spiritual)파가 극단적으로 발전되면 신비주의파로 발전한다. 급기야는 직통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신학 교수들의 가슴을 차가운 가슴으로 단정하면서 가열찬 비판을 하기에 이른다. 각종 형태의 신비주의적 신앙이 삶 속 가득히 점철된다.
◌ 장점: 하나님과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영적인 교통을 중요시함으로 개인 경건을 쌓는데 일견 유익할 수 있다.
◌ 단점: 하지만 지나친 신비주의는 결국 영적인 계급 우월주의로 발전하여 신비적 체험이 없는 자들을 은근히 깔볼 수 있다.

 

3. 소장(possession)파

다음과 같은 삼단논법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1) 책을 읽지는 않는다. (2) 그러나 책을 꼭 사야 한다. (3) 왜냐하면 책장에 진열해 놓으면 뭔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 장점: 뭔가 학구적으로 보인다. 쓸데 없는데 돈 쓰는 것보다는 그나마 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 놓는게 후일을 도모하기 좋다. 가끔씩 얻어 걸릴 수도 있다.
◌ 단점: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 곧 자신이 가진 지식의 총량이라고 생각하는 허위 의식과 허세 의식이 각종 형태의 교만함을 만들어 낸다.

 

4. 유학 준비(preparation for studying abroad)파

신학교에서 제공하는 정규 수업 과정에 집중하기보다는 토플이나 GRE를 늘 공부한다. 현실에 집중하기보다는 미래 속에서 분홍빛처럼 찬란하게 펼쳐질 이국 생활에 젖어 들어 현실과 이상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 장점: 더 큰 꿈을 꾸며 의욕 찬 하루 하루를 보낼 수 있다.
◌ 단점: 유학을 떠나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많은 일들 중에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급작스럽게 엄습하는 상실감과 패배 의식으로 우울증이 동반된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예를 들면 비자 받기 실패 등).

 

5. 연애(romantic relationship)파

신학교 시절 대부분을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와 통화하거나, 문자 보내거나, 카톡 보내거나, 영상 통화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표정이 안 좋을 때는 연인이랑 싸운 것이고, 표정이 좋을 때는 연인이랑 잘 되고 있는 것이다.
◌ 장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연애 본능을 마음껏 활용해 참된 인간론 수업을 스스로 터득한다. 서로 죽기까지 싸우면서 전적 타락(total depravity) 교리를 학습하고, 서로 죽기까지 사랑하면서 하나님의 형상(imago Dei교리를 발견한다.
◌ 단점: 연애 감정이라는 것이 워낙에 불수의근 같아서 자칫 잘못하면 쉽게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인생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6. 교과서 위주(main text-oriented)파

오로지 교과서만 판다. 교과서 이외의 책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도도함을 자랑한다.
◌ 장점: 그나마 아무것도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 단점: 탄탄함은 존재할 수 있으나 풍성함이 결여된다.

 

7. 세미나 위주(seminar-oriented)파

각종 세미나 참석을 시대의 사명으로 안다. 세미나 내용을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나는 어느 어느 세미나에 참석해서 누구 누구의 직강을 들었다”라는 사실이다. 세미나 강사와 사진 찍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필수!
◌ 장점: 학교 정규 커리큘럼이 “집 밥”이라면 외부 세미나 강의는 “외식”이다. 가끔씩의 외식은 떨어진 입맛을 다시 돋우는데 효과적이다.
◌ 단점: 지나친 외식은 집 밥의 필요충분요건을 약화시킨다.

 

8. 정치(politics)파

원우 회장, 사생 회장, 학생회장, 자치 회장, 동아리 회장, 대의원 등등의 감투에 집중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한껏 지으며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자기 모습을 발견함과 동시에, 핏줄 한 가득 흐르고 있는 정치인의 피를 느끼게 된다.
◌ 장점: 사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자기 시간을 희생한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살신성인의 정신이 그 안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 단점: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정치 목사로 발전하여 노회와 총회 속에서 각종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며 차후에 뉴스앤조이 일면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수 있다.

 

9. 대형교회 지향(megachurch-oriented)파

대형교회에서 부교역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역 초빙 공고란을 매일매일 유심히 지켜본다.
◌ 장점: 의식이 잔뜩 깨어있는 상태에서 대형교회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며 대형교회에서 사역을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 단점: 자칫 잘못하면 대형교회 사역자들은 위너(winner)고 작은 교회 사역자들은 루저(looser)라는 근거 없는 이분법에 사로잡힐 수 있다.

 

10. 조교(teaching assistant)파

조교를 하려고 애쓴다. 조교를 하면서 교수 사회 속 깊숙이 발을 담근 것에 대해 자위한다.
◌ 장점: 훌륭한 교수님과 훌륭한 학생이 만난다면 아름다운 사제 관계로 남아 평생의 소중한 멘토-멘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 단점: 훌륭하지 못한 교수님과 훌륭하지 못한 학생이 만난다면 평생의 원수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향해 평생동안 가열차게 뒷담화하는 안타까운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11. 성경 원어 강조(biblical language-oriented)파

히브리어, 헬라어 공부에 집중한다. 마소라 텍스트나 네슬알란트 28판 정도는 술술 읽고 파싱 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한다.
◌ 장점: 교리가 성경 전체의 큰 숲이라면, 그 큰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한 그루 그루는 성경 본문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성경 원어를 충실히 공부하면 이러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원어 그 자체로 생경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
◌ 단점: 자칫 잘못하면 원어 주해를 하지 않는(혹은 드러내지 않는) 설교자를 향해 예의 바르지 못한 생각을 지속적으로 품을 수 있다.

 

12.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파

늘 이어폰을 끼고 산다. 각종 CCM을 들으며 감격에 찬 채 홀로 눈물 짓는다.
◌ 장점: 찬양에 대한 조예가 깊어지면서 예배 찬양을 잘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 단점: CCM을 들으면서 은혜 받는 것이 곧 은혜 받음의 전부인 줄 착각한다.

 

13. 세션 맨(session man)파

악기 연주에 집중한다. 악기 연주 연습에 집중한다. 좋은 악기를 사려고 전도사 사례비 박봉을 몽땅 희생한다.
◌ 장점: 하나님께서 음악의 영역 속에서 허락하신 일반 은혜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 단점: 자칫 잘못하면 스스로가 말씀 사역자인지 세션 맨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진다.

 

14. 운동(sports)파

다음과 같은 삼단논법이 주류를 이룬다. (1) 나는 축구 한다. (2) 나는 족구 한다. (3)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 장점: 목회 사역은 마라톤인데 42.195킬로미터를 넉넉히 달릴 수 있을 만큼 기초체력이 한껏 배양된다.
◌ 단점: 지나친 운동으로 정력을 하염없이 소비하여 수업시간에 편히 주무신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15. 교회 사역(church ministry)파

신학교에서도 교회 사역을 한다. 가정에서도 교회 사역을 한다. 화장실에서도 교회 사역을 한다. 집에서도 교회 사역을 한다. 밥 먹으면서도 교회 사역을 한다.
◌ 장점: 주님의 몸 된 교회를 헌신적으로 섬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 단점: 교회 사역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미리 철저히 “준비”되어야 하는데 설익은 채로 의욕만 앞서 불나방처럼 교회 사역에 뛰어든다. 문제는 그렇게 무작정 뛰어들다간 큰 코 다친다는 점이다.

 

16. 비몽사몽(half-conscious state)파

수업시간에 존다. 채플 시간에도 존다. 아침에도 존다. 점심에도 존다. 저녁에도 존다. 밤에는 잔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서 또 존다. 점심에 존다. 저녁에 존다. 무한 반복.
◌ 장점: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2)라는 말씀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게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다.
◌ 단점: 우리는 “하나님의 성전”인데(고전 3:17) 과연 하나님의 성전인 우리 몸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

 

17. 있는듯 없는듯(invisible)파

신학교 기간 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지낸다. 김삿갓 스타일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따돌려 홀연히 방랑한다.
◌ 장점: 골치 아픈 인간관계의 늪으로부터 잠시나마 해후를 느낄 수 있다.
◌ 단점: 아무런 네트워크 없이 신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독고다이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18. 백업(back-up)파

모든 신학 자료를 PDF화 해서 자신만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다.
◌ 장점: 적재적소에서 자료를 꺼내볼 수 있는 21세기형 신학생이 될 수 있다.
◌ 단점: 외장하드 용량이 커질수록 자신의 지식량과 영성도 커져가는 것만 같은 허황된 망상과 착각에 빠질 수 있다.

 

19. 컴백홈(come back home)파

집에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수업 시간만 끝나면 바로 집에 간다. 절대로 학교에 남아있지 않는다. 수업 후에는 그야말로 바람과 같이 사라진다.
◌ 장점: 만약 집에 아내가 혼자 있다면, 부모님이 홀로 계시다면, 학교나 유치원에서 픽업할 자녀들이 있다면 가족들은 일견 좋아할 수도 있겠다.
◌ 단점: 각종 학교 일들, 동아리 활동, 교우들과의 관계 등을 스스로 구조적으로 차단시켜 버리기 때문에 자발적 아웃 사이더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20. 매점(cafeteria)파

매점파가 목숨을 다해 지키는 삶의 명제는 다음과 같다. 아까 먹었다. 지금도 먹고 있다. 또 먹을 것이다.
◌ 장점: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딤전 4:4)라는 말씀의 의미를 깊이 있게 묵상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다.
◌ 단점: 계속해서 튀어 나오는 배로 인해 자기 발끝을 볼 수 없게 되는 불상사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냥 재미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