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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hoiword2015.03.11 22:08

황영익 (페이스북에서 옮김)


고 박윤선 목사의 딸이 쓴 책 '목사의 딸'을 둘러싸고 논쟁이 붙었다.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신학자들과 조카(저자의 사촌 형부)가 나섰다.
목사의 딸은 아버지를 마치 매정한 위선자인 듯이 묘사하고,
그를 옹호하는 이들은 마치 그 딸이 거짓말을 하는 듯이 말한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이제는 딸이 이상한 사람인 듯이 묘사된다.
동일한 인물, 동일한 사실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이토록 큰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그 인물과 맺은 관계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책을,
단지 예민한 청소년기에 어머니를 잃고 새엄마와 함께 살면서
아버지와 새 엄마에 대해 마음을 닫고 지낸 한 상처입은 딸의
악의적이고 일방적인 비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이고 논리적이며 신학적 철학적 기반이 탄탄하다.
역시 그 아버지의 그 딸이다.

과연 그 책이 '사춘기 시절에 친모가 별세하여 입은 상처와 가정의 갈등을
치유하지 못하고 노년에 이르기까지 화해하지 못한
미숙한 성인의 왜곡된 인식'의 산물일까?
혹시 그 딸이 자신의 삶의 스토리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치유해나가는 어떤 몸부림이 아닐까?
그 책을 읽으면 독자의 가슴을 저미도록 아프게 만드는 부제가 하나 있다.
'정죄 또 정죄!'
그 아버지의 옹호자와 변호자들에 의해 그 딸이
또 다시 정죄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세상에 이런 비극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

고 박윤선 박사에 대한 변명은 언제나 정당하고 필요할 뿐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이나
무언가 다른 관점에서의 해석이나 설명이 소중한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그 딸을 치유받지 못한 영혼으로 규정하거나
이교적이거나 신앙적으로 탈선한 비신앙인으로 묘사하는 마녀사냥의 방법으로
고 박윤선 목사를 변호해낸다면 더 무서운 비극일 것이다.

고 박윤선 목사를 둘러싼 논박은
한국식 보수 장로교의 유교식 선비적 개혁주의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나는 목사의 아들이다
내 아버지 역시 고 박윤선 목사에게서 직접 배운 분이었다
나는 내 아버지를 무한히 존경하고 지금도 그리워하고
나는 아버지의 복제판과 같다고들 한다
나는 고 박윤선 목사가 참 좋은 분으로 알고 있다
책을 통해 비춰지는 딸의 비명은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찾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 딸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태도가 충분히 묻어나지 않은 채
그 아버지를 변호하고 옹호하는데에만 급급하여 지나치게 공격적이 되면
그 딸을 두 번 상처 입히고,
그 아버지의 이름은 그의 인격이나 신학적 업적과는 달리
다른 이미지의 대명사로 남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 가족사는 지금도 진행중인 한국교회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나라 역사와 비슷한 프레임인지도 모른다
상처입고 그 상처가 누적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