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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예정과 구원

 

황대우 (고신대학교 개혁주의 학술원)

<개혁정론>에 실린 글

 

하나님께서 구원받을 백성을 자신의 자녀로 미리 선택하셨다는 예정론은 이성적으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신학 주제이다. 하지만 이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핵심적인 구원의 방식이므로 결코 부인될 수 없다.

 

성경은 흔히 구원을 신비라고 가르친다. 구원의 가장 큰 신비가 이 예정론에서도 적용되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예정 때문에 모든 인간이 아무런 자기 결정권도 없는 로봇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모든 것은 마치 짜놓은 프로그램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기계처럼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며 사는 세상도, 한 인간이 살아가는 인생도, 결코 세상과 인생이 자동화 시스템의 기계처럼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자동화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살이는 질서 있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엉성하고, 혼란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뭔가 큰 질서의 틀 속에 있는 듯하다.

 

이것이 바로 예정론이 운명론과 다르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다.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는 세상을 자동화 기계로 만들지 않는다.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와 구원자 하나님의 예정은 조물주와 피조물 사이의 관계에서 확인되는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 가운데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은 신적 능력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 해도 결코 우리의 이성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마치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구원 방식이 왜 십자가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이것이 바로 구원을 신비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전적으로 자신의 손에 달린 구원의 문제를 최대한 우리 인간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신다. 그 설명서가 성경이다. 하지만 설명서란 그야말로 사용설명서이지 기계의 부품과 부품의 기능까지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용설명서만으로는 기계 전체의 작동 원리를 모조리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혹 그런 설명서가 있다고 해도 기계를 제작하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결코 그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하나님께서 구원받을 사람을 미리 정해놓았다고 불평한다. 구원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면 우연의 사건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전지하시지만 전능하신 분은 아닐 것이다. ? 자신이 구원하고 싶은 사람을 구원할 능력이 없는 분이시니까! 이것은 하나님께서는 어차피 죄를 지으실 수 없는 분이시므로 이미 전능하신 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의 논리와 다르다.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조차도 이런 식으로 하나님의 전능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은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을 구원받을 자로 선택하시고 예정하신 것은 그가 믿을 줄 미리 아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미리 아심이 선택과 예정의 근거가 된다고 본 것이다. 이것이 예지예정론이다. 아르미니우스의 생각이 옳다면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의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인가? 구원이 하나님의 의지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만일 구원이 하나님의 의지와 결정에 따른 것이라면 그 구원은 이중예정론으로 귀결되지 않을 수 없다.

 

이중예정론은 결코 구원운명론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정론을 운명론을 구분하지도 구분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무엇이 다른지도 사실 모른다. 예정론과 운명론의 결정적인 차이는 하나님께서 사랑이시라는 사실에서 발견된다. 즉 예정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작용하기 때문에 자동화 시스템 같은 운명론과 다른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랑이 선택적인 것처럼 하나님의 사랑도 역시 선택적인 속성이 강하다. 어느 부모가 모든 아이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사랑한다고 말은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그 부모의 자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그 부모가 낳은 자녀 혹은 키운 자녀에 대한 사랑과 동등할 수는 없다. 즉 그 두 사랑은 구분되고 서로 다르다. 자녀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도 이와 유사하다.

 

하나님은 세상을 만드셨다. 그래서 세상을 사랑하신다. 그리고 사랑하는 세상을 위해 독생자를 보내셨다. 하지만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으로 지으신 인간을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더 사랑하신다. 이 사랑은 차별적이고 선택적이다. 왜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동등하게 사랑하시지 않는가? 동등하게 사랑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는가? 우리 가운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자연주의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사랑의 차별과 선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나님께서 자신의 자녀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의 결과인 구원에 대해서만큼은 차별과 선택을 불공평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는 하나님은 사랑이신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누가 더 이상한가? 차별적이고 선택적인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인가? 아니면 이런 하나님의 사랑을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가? 과연 진정한 공평이란 분배의 양적 동등성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분배의 질적 차별은 공평이라 할 수 없는 것일까?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이 오히려 훨씬 더 공평한 분배가 아닐까? 필요하지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라도 나누어주어야 하는 것이 공평일까? 사안에 따라서는 차별적이고 선택적인 분배가 어쩌면 공평의 원리를 훨씬 더 잘 적용한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도 차별적이고 선택적이다. 차별적이고 선택적인 사랑 역시 하나님께서 인간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방식이다. 왜냐하면 선택이란 차별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이해 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선택한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것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디 사람의 구원뿐이겠는가? 예수님의 말씀처럼 공중의 나는 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렇다면 세상만사 가운데 어떤 것이 하나님의 섭리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세상은 하나님께서 의지하시는대로 진행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살아가는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다.

 

하나님의 질서라는 큰 틀 속에서 세상의 온갖 무질서가 발생하듯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인간의 의지는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경이롭다. 그래서 성경은 이것을 신비라고 표현한다. 이 신비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것이 하나님의 구원이다. 신비로운 자연의 이치도 온전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이 가장 신비로운 하나님의 구원을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것은 가장 심각한 만용,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는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 때문에 삶의 현장 속에서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반하는 신적인 강요와 강제에 시달리며 억지스럽게 살아가고 있는가? 아마 아무도 그런 경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억지와 강요와 강제의 하나님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이 사랑은 감동의 동반자지, 강요의 동반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랑은 사람의 마음속에 가장 심오한 감동과 감격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사랑을 받은 모든 사람은 흔쾌히, 자발적으로, 기꺼이 그 사랑을 수용한다. 이것이 바로 신비로운 구원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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